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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날 구속해도 진실은 못 가둬”

입력 | 2020-11-03 03:00:00

251일만에 동부구치소 재수감
꼭대기 12층 13㎡ 독방 생활
교도소 이감 여부는 결정 안돼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관이 양옆으로 앉은 검찰 차량에 탑승한 채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강훈 변호사를 통해 ‘나는 구속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문만 공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는 구속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79)은 법률대리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수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은 올 2월 25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251일 만에 다시 수감됐다. 2018년 3월 22일 구속돼 356일을 복역한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나 가석방되지 않는 한 만 95세인 2036년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감됐던 독방과 같은 곳인 서울동부구치소 꼭대기 층인 12층 독방에 수감됐다. 면적이 13.07m²(약 3.95평)인 독방은 10.13m²(약 3.06평)의 거실과 2.94m²(약 0.89평)의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일반 수용실과 같이 TV,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거울 등도 비치된다. 구치소 측은 12층 내 구역을 분리해 한 구역을 이 전 대통령이 혼자 쓰게 하고, 전담 교도관도 배치할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旣決囚)는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은 독방의 규모, 병원과의 거리,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구치소에서 잔여 형기를 이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도소 이감 여부를 알 수 없고,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일 현재 1313일(약 3년 7개월)째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며, 전직 대통령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길다.

이날 정오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저에는 권성동 장제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7분경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한 채 자택에서 나와 측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내려 얼굴을 보이거나 인사하지는 않았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자택에서 측근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하자 이 전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형생활 잘하고 오겠다. 믿음으로 이겨 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사실상 종신형”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상임고문은 “이제 가면 언제 나올까, 건강이 제일 염려된다.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잔혹한 정권인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분노했다.

위은지 wizi@donga.com·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