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보다 사업주 책임 강화 정의당 입법추진에 與 “취지 공감” 기업측 “처벌에 또 처벌로 옥죄기”
▼ 재계 “중대재해처벌법은 과잉 입법”▼
2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의 책임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공감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손보는 쪽으로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시 사업주를 징역 7년 이하로 처벌하는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재도 사업장 사고 시 징역 1년 이하로 처벌을 제한하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산안법은 강력한 법으로 통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법이 없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처벌에 또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옥죄려고만 말고 현행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재계 “또 기업처벌 강화 법안… 너무해” ▼
중대재해처벌법 과잉입법 논란
“건설 현장은 노동조합이 수시로 점거해 기업이 현장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과 처벌을 기업만 져야 하나.”(B건설업체)
2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은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1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기업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가중처벌 조항도 두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우원식 의원도 각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별도로 발의 준비 중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취지를 살리는 대원칙을 지키며 다른 관련법과 병합 심의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이천시 물류화재 사건이나 잇따르는 택배 근로자 과로사 등은 안타까운 사고이고, 재발돼선 안 된다”면서도 “일부 사업장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는 인식은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우려했다.
이미 올 초 시행된 산안법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사망 사고 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위반 시 일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만 엔(약 541만 원),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1만 달러(약 1136만 원) 이하의 벌금, 독일은 1년 이하의 징역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2014∼2018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많은 10개 업종별 협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선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평균 18.6%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중처벌 조항 등으로 기업 생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응답도 20%였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안전용품 지원 등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