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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급 나서야 ” 野, 서울시장 후보 안보인다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0-11-03 13:07:00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보자들로 거론되는 서울지역 전·현직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갖기 위해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 약속을 당원 투표로 뒤집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민주당 지도부는 성범죄에 대해 광화문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야권은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자 연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공석이 된 시장자리를 놓고 치러질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 공천에 나서기로 하자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와 선거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시민 후보론’을 적극 띄우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필승 카드를 후보로 선출하기 위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시민 참여 비율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경선 방식은 당원 50%와 시민 50%가 반영된다. 하지만 내년 보궐선거의 경우 시민 비율을 70, 80% 수준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당내 전·현직 중진의원들과 만찬을 갖고, 시민 참여 비율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내놓을 만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한 보궐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시민 후보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후보 선출이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행사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팎에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영입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하지만 체급을 대선에서 서울시장 선거로 낮춰 출마해달라는 요구다.

일각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론된다. 유 전 의원은 대선 출마 경험 등이 있어 인지도가 높고,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어 서울시 발전 비전 등을 제시할 만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선에서 당내 중진 출신 의원들을 극적으로 이기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신인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 거론되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하향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