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농약-유기농 친환경 농법으로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식재료 생산
질병 없애고 기후위기도 함께 극복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적당하게 먹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기후위기도 막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 유기농 무역박람회’에서 시민들이 유기농 농산물을 살펴보는 모습. 동아일보DB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입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을 약이나 수술 등으로 고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음식으로 웬만한 병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노벨 의학상 후보에 올랐던 조엘 월랙은 저서 ‘죽은 의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사하는 경우 모두 영양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월랙은 수의사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면서 송아지를 길렀습니다. 아버지는 송아지 사료를 만들 때 옥수수, 콩, 목초에 비타민, 미네랄 등을 섞어 먹였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수의학을 배우면서 해답을 알았다고 합니다. 가축을 길러서 돈을 벌려면 동물이 병에 걸리면 안 됩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된 사료를 먹이는 것입니다. 그는 실제로 영양 불균형 때문에 병에 걸린 사례와 먹거리로 이를 치료하는 임상 사례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건강 및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살려면 어떤 먹거리를 갖춰야 할까요? 현대 사회는 분업이 고도화되어 있어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는 없습니다. 먹거리 산업이 체계적으로 잘 발달해야 합니다. 먹거리 산업은 농업, 수산업, 축산업, 식품가공업, 유통업 등을 포괄합니다.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얻으려면 저농약, 유기농 등 재배 과정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잘 제시되고 그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농산물 우수관리(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 친환경 인증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코로나19로 세계 최대 밀 생산 국가인 러시아가 3월 20일 모든 곡물 수출을 임시 제한했고,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수출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국제 밀 가격이 약 10% 상승하고 쌀 가격은 2013년 이래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식량을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나라들은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등 비상 상황에 돌입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비축분이 있지만 밀은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친환경적인 먹거리 문화
최근 스마트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국제적인 흐름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농업은 안전성, 균일한 품질 등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최적의 대응 전략입니다. 그런데 전통적 농업이든 스마트 농업이든 모든 먹거리 생산 과정에는 석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은 농업 전반이 기계화되어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려면 난방을 위해 석유가 필요합니다. 현재 먹거리 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분석해 보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혜안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과거 인류는 먹거리가 부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대에 들어서야 국민들이 배고픔을 면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적게 먹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먹거리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영위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이런 길을 찾으려면 좋은 먹거리를 적당하게 먹는 것이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야 합니다. 한 끼를 먹어도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먹거리가 공정하게 만들어졌느냐,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느냐를 따지는 윤리적 소비 의식이 더해진다면 먹거리로 건강을 지키면서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