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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분열의 정치’가 초래한 극한 대립 속 美 대선이 던진 경고

입력 | 2020-11-04 00:00:00


미국 대통령선거는 이르면 오늘 오후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그건 어느 후보든 한쪽이 낙승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경합주의 박빙 승부가 이어지면 우편투표의 개표 지연과 소송전, 폭동 사태라는 혼란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급증한 총기 구매, 잇따르는 충돌, 긴장감 도는 도심 분위기는 전쟁 전야를 방불케 했다.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승복의 전통, 평화적 정권 이양의 역사마저 위협받는 위기에 놓인 것은 그만큼 이번 대선이 미국 사회를 두 동강 낸 분열과 갈등의 선거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선거전은 시종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의 대결이었다. 조 바이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망가진 ‘미국의 회복’을 외쳤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대신 미국 사회는 트럼프냐 아니냐로 갈라졌고, 선거는 ‘트럼프 정치 4년’에 대한 평가가 됐다.

4년 전 트럼프 당선은 ‘트럼프 현상’의 산물이었다. 리얼리티쇼와 다르지 않은 정치적 기행, 검증 안 된 분열의 언사들, 시도 때도 없는 트위터 남발, 거기에 열광하는 지지층이 만들어낸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그 근원은 세계적 난민 물결에 대한 서방세계의 위기감이었다. 중동의 내전과 혼란이 만든 이민자 행렬은 유럽의 잇단 국경 봉쇄와 극우주의 득세, 브렉시트를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까지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배경에 충실했다. 중동 난민의 입국 금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인종주의적 언행은 주요 지지 세력인 백인 중하층의 요구에 부응하며 조화와 타협의 민주주의에 큰 흠집을 냈다. 대외관계에서도 잇단 국제협약 탈퇴와 동맹국에 대한 거친 압박, 독재자들과의 유대 과시로 나타났다. 그런 트럼프 정치를 두고 학계에선 노골적이진 않지만 한층 위협적인 ‘유사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담론이 줄을 이었다.

트럼프 정치는 시대의 산물이다. 이번 선거도 어디까지나 미국 유권자의 평가다. 하지만 그것이 낳은 ‘트럼프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영향은 미국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식 비정상의 일상화는 세계인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를 흉내 내며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선동적 정치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성숙한 민주주의도 선동과 분열의 책략에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보여준 트럼프 정치, 그 운명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