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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난 정의선 “산업 격변 시대, 노사 합심해야”

입력 | 2020-11-04 03:00:00

[커버스토리]회장 취임 16일만에 전격 회동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가 끝나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송호성 기아차 사장.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울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만났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1년에 당시 이헌구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만난 이후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와 공식적으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회장에 취임한 이후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회장이 그룹의 난제로 꼽히는 노사 문제의 해법을 직접 찾기 위해 소통에 나섰다는 평가다.

3일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이상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노조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면담했다. 하언태, 이원희 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도 배석했다. 이날 오찬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회동 제안에 정 회장이 응한 셈이다.

이번 회동에서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노사가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의 만족이 회사 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대응은 물론이고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사업과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미래 계획이 성공하려면 노사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을 직접 설명한 것이다.

이날 이상수 지부장이 “고용보장에 대한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정 회장은 “노사 간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노사가 함께 노력해 고용 불안 없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방안을 찾아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회동은 오랜 노사갈등의 역사를 넘어 미래를 위해 노사가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노조 측은 정 회장과 하언태 사장을 포함한 3자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회동이 이뤄지자 노조 측에서도 “소모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를 열어 나가기 위한 자리가 성공적으로 열렸다”고 자평했다.

이날 회동은 현대차 노조의 변화 움직임 속에 회사가 호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리 성향으로 알려진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한국GM이 부분파업에 나서는 등 자동차 업계 노사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회장으로 취임한 다음 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문 대통령이 울산공장을 찾은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