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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

입력 | 2020-11-04 03:00:00

핸드볼협회에 13년간 600억 후원, 비인기 종목중 최고 수준의 지원
지난달엔 제주 1부 승격 걸린 경기 몰래 찾아 응원… 팀, 우승으로 화답
핸드볼협회장 3연임 길도 열려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이 2017년 3월 경기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3연속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의 3선 연임 길이 열렸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대한핸드볼협회 등 3개 단체 회장의 3번째 연임 안건을 가결했다. 3연임을 하려면 대한체육회 승인 절차를 거쳐 재임 기간 공적 등을 검증받아야 한다. 2008년 10월 처음 대한핸드볼협회장(23대)이 됐고, 2016년 3월부터 25, 26대 회장을 맡은 최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남다르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협회에 운영비로 후원한 돈만 600억 원이 넘는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재정 지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투혼의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영화화된 뒤 ‘반짝 관심’에 그쳤던 핸드볼은 SK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재도약하고 있다.

2011년 핸드볼계의 숙원이던 전용경기장(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이 434억 원이 투입돼 세워졌고, 같은 해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출범하며 국내 핸드볼의 틀이 갖춰졌다. 이후 SK는 2012년 여자부 ‘SK 슈가글라이더즈’(SK루브리컨츠)를, 2016년 남자부 ‘SK 호크스’(SK하이닉스)를 각각 창단했다. 슈가글라이더즈는 리그에서 2차례 우승한 강팀이 됐고, 호크스는 2018∼2019시즌 남녀 리그 최초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리그 TV 중계를 해온 핸드볼은 초중고교 및 대학 선수들의 모든 경기까지 뉴미디어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스포츠가 되고 있다.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핸드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4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와 수원FC의 프로축구 K리그2(2부)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제주는 SK에너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구단이다. 사실상 승격 여부가 결정되는 이날 선두 제주는 2위 수원FC를 2-0으로 꺾었다. 구단 관계자는 “중요한 게임에 (최 회장이) 경기장을 찾았다. 부담을 줄까 싶어 방문 사실을 최대한 숨겨 감독, 선수도 몰랐다. 경기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염려해 라커룸 방문 없이 기쁜 마음만 전달하겠다고 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제주는 1일 서울 이랜드를 3-2로 꺾고 남은 일정과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해 2부 강등 1년 만에 1부 승격의 쾌거를 이뤄냈다.

최 회장은 프로농구 SK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201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SK가 우승한 뒤에는 상대 팀인 DB 라커룸을 방문해 김주성과 이상범 감독에게 덕담을 건넸다. 지난해 말에는 시즌 첫 연패에 빠진 농구팀을 응원하러 체육관을 방문했다. SK는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DB와 함께 공동 1위로 마쳤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5월에도 최 회장이 각 종목 SK 소속 선수들과 직접 화상 통화를 하며 고충을 듣고 격려했다. 총수가 경기장에 오면 선수들이 긴장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반대인 것 같다. 그만큼 최 회장이 스포츠에 꾸준히 애정을 보였고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