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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에 세계 촉각…트럼프냐 바이든이냐 두고 양분

입력 | 2020-11-04 13:29:00

고립주의 연장 VS 새로운 관계 정립
중국,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관전
일본, 미일동맹 중시 안보기조에 변함없을 것으로 기대




미국 대선투표가 3일(현지시간) 역대 최고 열기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도 국익을 기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둘러싸고 나뉘었다. 트럼프발 ‘고립주의’의 연장이냐, 바이든 등장으로 인한 새로운 관계 정립이냐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여왔던 세계 주요국은 3일(현지시간) 대선 결과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중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년 집권 기간 내내 공세에 시달려온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미 대선을 관전하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국 때리기 본질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바이든이 승리하면 비록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숨 고르기 정세가 형성되며 중국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은 현재 국제적 지지를 보다 많이 얻는 방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돼 차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는 미국과의 대립이나 무력충돌을 피하는 방침을 마련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본

일본 역시 미국 대선의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본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등 미일동맹을 중시해왔던 미국의 안보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9월 내각을 출범한 스가 총리에게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과 관계 구축은 최대 외교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더 많은 부담을 일본에 요구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해 자동차 관세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적 압박이 바이든 후보 대비 큰 상황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관세 인하나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지협정(TPP)의 복귀 등이 예상되는 만큼 경제 부담은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도

많은 인도인들의 입장에서 미 대선 결과에 대한 선호는 개인적인 것이다.

인도인들은 자신의 혈통을 가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인 아버지와 인도 출신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과 아시안의 혈통을 동시에 물려받았다.

양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는 양국의 군사적 외교적 관계와 연관된다.

대중국 견제라는 공동의 기조하에 양국은 최근 몇 년 간 안보와 국방협력 관계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다만 인도정부 역시 트럼프와 바이든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외교적 관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 보복 관세의 공세를 받은 프랑스는 바이든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 10월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보조금을 문제 삼아 75억 달러 규모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에어버스 항공기에는 10%, 와인·위스키·치즈 등을 포함한 농산물과 공산품에는 25%의 보복관세가 부과됐다.

프랑스 와인수출 연맹에 따르면 보복 관세로 올들어 8개월 동안 미국의 프랑스 와인 수입은 35% 급감했다.

◇영국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쌓아왔지만, 그에 부합하는 보상을 거의 받지 못했다.

존슨 총리는 트럼프와 포퓰리즘 본능을 일부 공유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등 정책 측면에서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부분 영국 정치인과 외교관 및 국민들은 바이든의 승리로 양국 관계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 관측통은 바이든 당선 시 미국 정부는 영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보다 유럽연합(EU)와의 강한 유대관계를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러시아 정부는 “미국 대선은 러시아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쟁과 같다”면서 그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선을 언급하며 “우리는 어떤 미국 정권과도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미 대선부터 개입 의혹에 휘말렸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양국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바이든 후보에게도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으로 큰 혜택을 입은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관계 정상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지도자들이 대선일에 맞춰 헤브론에 모였고,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기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보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상태다.

◇이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 파기로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바이든 당선을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이란은 경제 제재의 여파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리알화 가치는 폭락했고 실업률이 급증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란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란 당국은 “누가 선출되든 미국은 대 이란 적대적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미국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브라질

‘브라질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환경·인권 문제 등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선을 앞두고 그는 SNS를 통해 “바이든 후보 측과 접촉을 시도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재 브라질 대사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쿠바

쿠바 정부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 강화된 대쿠바 경제봉쇄로 지난해 55억7000만달러(약 6조 350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년도보다도 12억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다. 쿠바는 현재 식량, 의약품, 가스 부족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양국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경제 봉쇄도 다소 완화했으나, 트럼프 정권은 전임 정부에서의 변화를 모두 되돌리고 새로운 제재까지 추가하며 쿠바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 시 오바마 행정부 당시 완화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