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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이춘재 증언에 담긴 속내 나름 예측할 수 있었다”

입력 | 2020-11-04 13:36:00

페이스북에 증인 신문한 소회 밝혀
"증언 내용 중 사실과 거짓 구분해야"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진범인 이춘재를 증인 신문한 박준영 변호사가 “증언 내용 중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2일) 4시간 가량 이춘재를 증인신문했다”며 “어제 증언 내용을 토대로 증언 직후부터 많은 기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며 “이춘재의 어제 증언 내용을 가지고 여러 가지 분석이 있는데, 증언 내용 중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하고, 사실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곧, 어제 증언한 내용에 대한 녹취문이 나온다”며 “다시 살펴보면서 하나하나의 증언 의미를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제 질문을 직접 했고, 답변하는 태도도 함께 보았다”며 “성급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게 꼼꼼히 정리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답답한 부분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며 “한편, 그의 증언에 담긴 속내를 나름 예측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때 가석방을 기대하며 26년 동안 별 문제없이 수감생활을 해 온 사람”이라며 “어제 증언도 그가 뭘 기대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사람을 그렇게 간단히 규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오후 1시 30분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1980년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 14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 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 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과 수원 등지에서 이춘재가 총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그동안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알려져 있던 10건의 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수원과 화성, 청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4건도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으로 추가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를 통해 기존에 드러난 혐의 말고도 추가로 범행이 밝혀졌지만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처벌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