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 © News1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60)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심리로 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 전 의원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수감되기 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피해자를 만났고, 의사에 반해 키스하려다 입술을 스쳤다는 것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라며 “피해자의 진술에서 허위로 말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은 피해자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시했지만,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피고인이 공직을 담당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폭로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정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일관된다는 이유로 진술을 믿는다면 세상 모든 음모를 다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금과옥조로 생각되는 건 아닌지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결과적으로 렉싱턴 호텔에서 피해자를 만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렉싱턴에 간 적 없다고 발표한 것은 간 기억이 없어서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의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이 터지고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며 “성추행범으로 저를 내몰던 언론과 세상은 제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없었다.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은 지난 2018년 3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기 직전 렉싱턴 호텔에서 기자 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당시 시간대와 동선을 근거로 반박하면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프레시안 등 기자 6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프레시안 측은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 측은 호텔에서 사용한 카드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10월 검찰 출석 당시 “쟁점 부분에 대한 사실이 밝혀져 취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프레시안 보도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발언해 기자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불구속기소했다. 프레시안 등을 고소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