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3일 끝났지만 백악관 새 주인의 확정은 지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모두 승부를 가르는 선거인단 매직넘버(270명)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 당초 예측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고 있지만 일부 경합주에선 마지막까지 우편투표를 포함한 개표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개표 혼전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승리를 했다”며 우편투표 논란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가겠다고 했고, 바이든 후보는 “우편투표 개표를 기다리자”고 했다.
이 같은 막판 혼전은 미국 특유의 복잡한 선거제도에서 기인한다. 우선 50개 주 가운데 22곳이 선거일 이후에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인정하고 있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개표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개표 일정이 3, 4일 정도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개표 초반 승부를 가리지 못한 초접전 지역에서 승자가 확정되려면 빨라도 이번 주말에나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개표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대선이 끝난 뒤 몇 주가 지나도 차기 대통령을 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대선이 끝나면 승복의 문화를 통해 대선 이후의 혼돈을 미연에 방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최소한의 품위는커녕 현직 대통령이 공공연히 선거 결과 불복을 시사하면서 ‘강 대 강’ 대결 국면이 펼쳐졌다. 양 후보 지지자들 간에 날 선 유혈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역대로 대선이 과열되면 이런저런 불상사가 종종 생겼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로지 지지층 결집으로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선거지상주의가 득세하면서 숱한 고비마다 국민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민주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
차기 미국 행정부의 수장이 누가 되든 내정에서 지지 기반이 취약할수록 대외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로 흐르려는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 경제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도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계속 드리울 것이다. 미국의 차기 리더십 위기가 몰고 올 파장에 면밀하고 냉정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