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3> 세상의 어떤 눈물보다…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즈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전부인의 재혼과 임신 사실을 알고 상심한다. 동아일보DB
당나라 이상은(李商隱·813∼858년)의 시 ‘눈물(淚·루)’이다. 여섯 번째 구절까지 매 구절이 눈물과 관련된 대표적인 옛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전고(典故·역사적 유래가 있는 어휘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다. 첫 줄부터 차례대로 △궁정의 여인이 황제의 총애를 잃어서 △아내가 떠난 남편이 고생할까 걱정돼서 △두 왕비가 순임금의 죽음을 슬퍼해서 △백성들이 세상 떠난 장군을 추모해서 △궁녀 왕소군이 원치 않게 오랑캐 나라로 시집가게 돼서 △항우(項羽)의 병사들이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돼서 흘리는 눈물을 표현했다. 하지만 정작 시에서 눈물이란 말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사물을 대상으로 한 영물시(詠物詩)에선 제재를 직접 언급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네 삶도 큰길이 아니라 갓길로 내몰릴 때가 있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타인의 성공은 나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래서 내 절망의 눈물은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는 후대 비평가로부터 격이 낮고 속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눈물이 세상의 어떤 눈물보다 슬프다는 너무나 인간적인 고백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눈물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세상의 어떤 눈물과도 결코 견줄 수 없는 ‘나’의 눈물을.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