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바쓰’ 서울 예술의전당 7일 개막
박상원은 “저의 역할, 의지,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42년 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연습실. 연극을 동경하던 대학생이 뚜벅뚜벅 들어왔다. 무대에 대한 열망은 들끓어도 연극은 아무것도 몰랐다. 이 청년은 42년 후 같은 연습실에 다시 섰다. 그 사이 누군가의 연기 스승, 국민배우, 아티스트로 불렸지만 이곳에서 흘린 땀의 농밀함은 이전과 똑같다. 다만 이번엔 철저히 혼자다. 그에게 꽂히는 관객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7일 개막하는 1인극 ‘콘트라바쓰’의 배우 박상원(61)이다. 2014년 ‘고곤의 선물’ 이후 약 6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이며, 첫 1인극 도전이다. 1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기를 40년 해도 관객은 늘 무섭다. 이기적이고, 까다롭고, 건방질 자격이 있는, 끝내 저를 용서하지 않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며 “그 잣대에 맞추려면 땀으로 승부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3년 전부터 준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 성사가 불투명했다. “종합운동장에서 달리기하듯 9월부터 두 달간 매일같이 ‘런(공연 시연)’을 했기에 연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꼈어요. 대면 공연을 앞두고 있어 기적 같죠. 하하.”
홀로 오르는 무대에는 든든한 친구이자 또 다른 자아, 콘트라베이스가 놓여 있다. 그는 “콘트라베이스는 애증의 존재다. 주인공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어딘가 쓸쓸하고 소외된 모습은 닮았다. 현란하진 않아도 누군가를 ‘백업’해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박상원 종합선물세트’나 마찬가지다. ‘한국 남자 현대무용수 1호’인 그가 뛰놀며 춤도 춘다. 풀어헤친 머리와 동그란 뿔테 안경이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에게는 자신을 내려놓고 깊게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제게 연극은 그냥 삶 자체죠. ‘나’라는 자아가 눈뜨면서부터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할 수 있던 ‘덕업일치’죠. 인테리어, 사진, 무용, 음악, 그림, 모든 건 다 연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