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만취운전 앞 6세 동생 못지킨 형 “혼자 살아 미안” 법정 울렸다

입력 | 2020-11-05 13:10:00

‘대낮 만취운전’으로 6세 아동이 사망한 사고의 유가족들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가해자 재판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0.11.5/뉴스1 © 뉴스1


대낮에 음주운전을 해 6세 아동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이 남성을 용서할 수 없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김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 인도에 있던 오토바이와 가로등을 들이받았고, 가로등을 쓰러뜨려 주변에 있던 6세 아동을 숨지게 하고 7㎞ 정도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이 오토바이로 주변을 지나던 행인 역시 다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지난 9월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를 낸 운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인 ‘윤창호법’을 적용해 A씨를 구속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증거 조사를 위해 사고 현장의 폐쇄회로(CC)TV가 재생되기도 했다. 차량이 가로등을 들이받는 영상이 나오자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거짓말이야”라며 오열했다.

당시 사망한 아동 주변에는 만 9세의 형도 같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에 참석한 아버지 이모씨는 “첫째 아이(형)가 ‘무기징역’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동생에게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며 “준비된 이별이 아닌 갑작스런 이별로 첫째 아이와 가족의 삶과 모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에 처해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존 판결과 다르지 않다면 첫째 아이가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라며 “반성한다는 이유로 관대한 처분을 내리거나 용서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거운 처벌이 나오지 않는다면 음주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검찰 구형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려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달라”고도 했다.

이날 공판은 김씨 측이 피해 유가족 측에 용서와 합의를 구할 시간을 요청하면서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재판이 끝난 뒤 김씨는 유가족을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유가족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유족들은 “김씨가 오토바이의 가로등을 들이받을 때 첫째 아이는 차도를 바라보고 있어서 피했는데, 얼마 전에 엄마에게 ‘나만 피하고 동생을 못 지켜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며 “어린 아이가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혼자 자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저런 사유로 감형된다면 첫째 아이가 ‘감형된 만큼 자기 혼자 피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강력한 판결이 나오기 바란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