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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서 예상 외 부진…펠로시 3연임 도전 받나?

입력 | 2020-11-05 13:55:00

민주당, 反트럼프 심리에 공화당 텃밭서 최대 20석 확보 기대
민주당, 하원 과반 수성했지만 추가 확보는 커녕 일부 상실
민주당 중도파, 펠로시의 메시지에 패배 원인 물어…교체 추진




 미국 민주당이 하원 과반 의석 수성에 성공했지만 의석 확대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의석 일부를 도리어 공화당에 내준 것으로 관측되면서 낸시 펠로시(80) 하원의장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더힐과 CNN,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과반 수성에 성공하면 의장 3연임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펠로시 의장에게 예상 외 부진의 책임을 물으면서 다른 의장 후보를 추대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중도파 의원 2명은 더힐에 중도파 동료들이 하킴 제프리스 의원을 차기 하원 의장 후보로 지원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블랙 코커스, 진보 코커스 등 여러 파벌에 속한 의원 2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고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그는 의장이 될 준비가 돼 있고 의장이 될 자격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는 누구보다도 중도파와 진보파를 잘 연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펠로시 의장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제프리 의원은 더힐에 하원 의장직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힐은 펠로시 의장은 선거전까지만 해도 코커스의 압도적인 지지를 즐기고 있었다면서 이와 같은 불만이 표출되는 것은 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의 현저한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의 메시지 전달에 불만이 크다고도 했다. 특히 교외 지역을 대표하는 온건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한 민주당 전직 고위 보좌관은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해야 했지만 그를 내버려두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한 민주당원은 “민주당은 상하원에 새로운 지도부를 육성해야 할 때”라면서 “미국인은 사회주의를 두려워하고 안전한 거리와 이웃을 원한다. 지갑을 불려줄 후보에게 투표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정책은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메시지 전달 체계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CNN도 민주당이 메시지를 수정하고 강력한 경제 아젠다를 추진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익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이 의원은 CNN에 “우리가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2022년에 완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CNN은 펠로시 의장에게 대항할 도전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에게 과거 도전했던 팀 라이언 민주당 하원의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나는 과거 도전에서 평생 남을 만한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지도부에 변화가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라이언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하원 선거 결과에 실망을 느끼는 것 같다”며 “노동자 계층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당이 경제 관련 메시지를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펠로시 의장이 당내 진보진영의 증가하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진영은 펠로시 의장이 메디케어, 그린뉴딜 등 이른바 진보적 현안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수석 대변인인 드류 하밀은 더힐에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의 선거 결과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 개편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더힐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펠로시 의장의 3선 연임에 정당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과 가까운 민주당 고위 인사는 블룸버그통신에 중도파의 패배는 경찰 예산 감축, 사회주의자 낙인 등에 일부 기인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펠로시 의장은 오는 2023년까지만 의장직을 맡겠다고 2년전 약속한 바 있다.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3연임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향후 2년이 의장직은 물론 마지막 의원직 임기일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타임스(WP)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좌파 진영의 반감을 등에 업고 3억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집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발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실망한 공화당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선거운동 기간 민주당이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교외 지역에서 최대 20석을 추가해 하원 장악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현재 하원 435석 중 과반인 232석을 쥐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 밤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주도적이고 다양하며 역동적인 여성 주도 하원을 강화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4일 오전부터 공화당 의원들의 승리 예측이 쏟아지면서 민주당내 의기양양함은 사라졌고 실망감은 커졌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는 민주당내 기대와는 극명히 대조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히려 민주당 하원의원 7명 이상이 연임에 실패했다고 부연했다. NYT도 민주당이 공략을 노렸던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보수화되는 중서부 지역에서도 더 많은 기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