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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비 838억인데…“성인지 학습기회”라는 여가부 장관

입력 | 2020-11-05 14:27:00

윤주경 “그걸 여가부 장관이 변명이라고”
진중권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라니”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국민 혈세 838억 원이 지출되는 것과 관련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할 기회”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성인지 관점에서 838억 원의 선거비용이 피해자들이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의 질의를 받았다.

이 장관은 “네,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서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답변을 들은 윤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838억 원이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며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전국민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그걸 여가부 장관께서 변명이라고, 이 정부를 대변해서 할 대답이냐”며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드는 838억 원은 문재인 정부 성평등 정책 방향과 역행하는데 장관은 순행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 의원이 이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냐”고 묻자, 이 장관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의원이 재차 답변을 재촉하자 이 장관은 “수사 중 사건의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도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아니면서 수사 중이라 말 못하겠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는데, 여가부만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대체 여가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존재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또 “피해자인 여성의 고통을 보듬고 대변해도 모자랄 여가부 장관이 오히려 여당의 후안무치를 감싸기 위해 ‘학습기회’라는 황당한 궤변도 늘어놓고 있으니 N차 가해자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어이가 없다. 적반하장이다, 이 정권의 종특이지만 보자보자하니 막 나간다”고 적었다.

그는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란다. 그것도 838억 원 들여 국민들 자비로. 장관들이 단체로 실성을 했나”라고 꼬집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