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는 사실상 ‘코로나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트럼프로는 안 되겠다”며 일찌감치 바이든 후보 지지로 돌아서면서 그에게 백악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앞서 선거운동 기간에도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이유로 ‘거리두기 유세’를 이어가는가 하면 지지자들에게도 우편투표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대규모 군중 유세와 현장 투표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당국자들로부터 코로나19 위험성을 보고받은 뒤에도 “미국의 코로나19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코로나19는 사라질 것”이란 등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올 4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예방책의 일환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때도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일 뿐”이라며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해 집권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과학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 마스크를 착용한 건 7월 월터리드 군병원 시찰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3개월 뒤 코로나19에 걸려 해당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한 건 올해 재선 도전을 앞두고 미국의 경제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로 지난 9개월 새 미국에선 약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제실적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대응을 소홀히 했다가 더 큰 ‘위기’를 맞닥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들이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패닉(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으나, 바이든 후보는 “패닉에 빠진 건 트럼프 자신이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권시 각 주정부와 협의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