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허위 기재 논란으로 신약 허가가 취소된 ‘인보사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 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오 대장주들도 경영진의 횡령·배임,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소액주주 비중이 85%를 넘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 거래소,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결정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4일 ‘인보사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 폐지(상폐)를 의결했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이 당초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성분 허위 기재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코오롱티슈진의 주식은 매매 거래가 중지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2개월의 개선 기간을 줬지만 회사의 개선 계획 이행 내역이 부족하다고 보고 상폐 결정을 내렸다.다만, 코오롱티슈진이 상폐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하면 거래소는 15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폐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데, 여기서 다시 상폐 결정이 나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위원회가 1년 이내 개선 기간을 다시 준다면 상폐 여부 결정이 1년가량 더 미뤄질 수 있다. 한때 코스닥 시총 4위에 올랐던 코오롱티슈진의 현재 시총은 4896억 원이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1688억 원에 이른다.
● 신라젠, 이달 중 기업심사위 심의 예정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달 중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신라젠은 5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주식 거래도 정지됐다. 문은상 전 대표와 경영진들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매도하고 무자본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라젠 시총은 2017년 11월 8조7000억 원에서 현재 866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기심위에서 상폐 결정이 나면 코스닥시장위원회로 공이 넘어간다. 만약 기심위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다면 최종 상폐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최장 3년가량 걸릴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주식 거래는 계속 정지된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6만8778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7600억 원에 이른다.
헬릭스미스도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지만 신약개발에 써야할 투자금을 사모펀드 등 고위험상품에 투자해 논란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16일 2016년부터 5년간 2643억 원을 사모펀드,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400억 원가량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거래일 주가는 하한가(29.92%)로 직행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지난달 26일 보유주식 30만 주를 매각해 약 51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샀다. 헬릭스미스의 소액주주 6만3439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5020억 원 수준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연말에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지만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