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정치부 차장
‘PK 수복’은 부산 민주화 세력에 뿌리를 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숙원이자 정권 재창출의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9대선을 앞두고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PK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저와 영남 동지들의 원대한 꿈! 오랜 염원! 감히 고백합니다. 우리가 정권교체하면, 영남은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 제가 다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같은 PK 표심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문 대통령 말처럼 여권의 오랜 염원이었다. 부산 출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정권 핵심으로 중용한 것도, 김경수 지사가 2018년 의원직을 버리고 지방선거에 뛰어든 것도 모두 ‘포스트 문재인’ 시대를 이어갈 여권 내 PK 대표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감과 정권 재창출을 내다본 포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구상은 지방선거 2년여 만에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 전 부산시장은 직원 성폭력 사건으로 사퇴했고, 송 울산시장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휩싸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드루킹 댓글 사건에 연루된 김 지사의 정치 생명이 걸린 항소심 선고는 6일 오후로 예정돼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여권의 ‘PK 수복’ 프로젝트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PK 민심도 요동칠 것이다. 여권에선 이에 대비한 듯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4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부·울·경의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등 ‘PK 수복’ 프로젝트에 다시 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여권의 이 같은 ‘PK 수복’ 의지를 모를 리 없다. 야권이 PK 표심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정권 탈환은 더욱 멀어진다. 앞으로 1년여 동안 전국 곳곳에선 인물과 정책, 지역개발 공약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치열한 대선 전초전이 펼쳐진다. 그중 핵심 전장은 PK가 될 것이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