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 취지는 장관-총장 상호견제
‘정치인’ 장관이 검찰 좌지우지하면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 훼손될 수도
정치권 법치 무력화 시도 우려스럽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그러나 팩트는 검찰청법 8조의 내용뿐이고, 이 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팩트가 아닌 의견일 뿐이다. 더욱이 검찰청법 제8조 하나만을 놓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상명하복의 관계로 보는 것은 검찰청법의 체계와 맞지 않을뿐더러 위헌적인 해석이기도 하다.
첫째,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의 의미는 일반적인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명령과는 다르다. ‘정치인’인 장관이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경우에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지고,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사실상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검찰청법 제8조에서 법무장관의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은 일반적인 것에 그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한 의미를 분명히 보아야 한다. 만일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면, 굳이 일선 검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지휘·감독을 하지 못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 결국,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에 응하여 일선 검사에게 지시를 내릴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권이 있다고 보아야 이 조항의 의미가 올바르게 해석된다.
셋째, 지휘·감독권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급자이고, 상급자의 명령에는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지휘·감독권보다 상위에 있는 임명권은 어떤가?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을 임명하니 이들도 대통령의 부하이고,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
이런 식의 해석은 삼권분립 원칙 및 사법부의 독립에 위배되기 때문에 위헌이다. 비록 헌법상 대법원장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코드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법원장 등이 대통령에게 종속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이 삭제 또는 형식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일방적인 상명하복의 관계로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헌법과 법률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치를 통해 법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노골적인 헌법의 무시, 법률의 위반이 아니더라도 기묘한 해석을 통해, 또는 5·18비판금지법이나 대북전단금지법 등 이해하기 어려운 법안의 발의를 통해 헌법정신을 왜곡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