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원유를 싣는 선박에도 승선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만에서 사막을 지나 홍해에 면해 있는 사우디 지다에까지 원유를 이동시키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걸프만이 봉쇄되어도 원유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지다에 기름 저장고를 설치한 것이다. 걸프만에서 사우디 서부의 얀부항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실어 날랐다. 원유는 외부로 유출되면 유류 오염 등 큰 피해가 발생한다. 식용수는 바다에 배출되어도 오염의 문제가 전혀 없다. 식용수 운송은 비교적 안전한 운송인 셈이다.
재즈로 유명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식용유용 옥수수 3만 t을 싣고 한국으로 왔다. 항해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옥수수가 손상되어 손해배상청구를 받았다. 선박에는 추진력을 내기 위한 선박연료유가 필요하다. 선박의 선창 아래 구획을 만들어 이를 저장해 둔다. 이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열기를 가한다. 그 위에 놓인 옥수수가 온기에 싹이 터 버린 것이다. 바다에서 항해 중이었음에도 따뜻한 대지의 품속인 양 옥수수가 착각해 머리를 살며시 내밀어 버린 것이다. 옥수수를 나무랄 수도 없다.
선장이 회사로부터 ‘COW 가능한가’라는 전보를 받았다. 선장은 우리 배 같은 유조선으로 어떻게 소를 운송하느냐고 중얼거렸다. 선장은 “본선은 유조선이라서 가축은 운송할 수 없다”고 답을 보냈다. 회사에서 바로 답장이 왔다. “Crude Oil Washing(COW)이 가능한가.” 그제야 선장은 COW가 원유로 선창을 소제하는 방법임을 알았다. 선장은 “우리 배는 아직 그런 장치가 없다”고 답을 했다. 실제로 소를 운송하는 가축운반선을 가끔씩 바다에서 만나기도 하기에 선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다양한 화물을 안전하게 보관하여 운송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진정한 바다 사나이가 되어 갔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