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틈타 과도한 인상 주중 그린피 평균 14만6000원 캐디피-카트피도 줄줄이 올라 “가격 내려달라” 靑국민청원도
직장인 김모 씨(50)는 최근 수도권 A골프장에 내년도 연 부킹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월 1회 골프 모임을 갖는 그는 올해 10만 원대 초반 그린피를 지불했지만 골프장 측에서 내년부터 7만 원씩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김 씨는 “이 골프장뿐만 아니라 주변 골프장들도 그린피를 대폭 올려버리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골프 투어가 힘들어지면서 국내 골프장들은 내장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호황을 맞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2∼6월 전국 이동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골프장 방문 건수는 지난해보다 21%가 늘었다. 골프 부킹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제주 지역 골프장의 10월 예약 건수는 지난해보다 19%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수요 증가를 틈타 일부 대중 골프장들이 이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말 골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전국 227개 대중 골프장을 조사한 결과 올해 10월 주중 그린피는 평균 14만6000원으로 5월(13만4000원)에 비해 약 9% 올랐다. 10월 평균 캐디피와 카트피도 5월에 비해 각각 4.1%,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골프장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임대업자들은 임대료를 인하하고, 정부는 재난소득을 지급하는데 골프장은 계속 가격을 올린다”고 했다. 이 청원에는 5일 현재 1만2000여 명이 동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대중 골프장들의 요금 인상 실태 등을 파악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골프장 측에 과도한 요금 인상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골프장이 법령이나 방역 사항을 위반한 점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