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1920 기억극장…’전
‘구보, 경성 방랑’의 권하윤 작가

권하윤 작가의 작품 ‘구보, 경성 방랑’(2020년)에서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을 다룬 장면. 일민미술관 제공
‘1920 기억극장 ‘황금광시대’’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공간이 전시실로 쓰인다. 일민 김상만(1910∼1994·전 동아일보 회장)의 집무실을 보존한 일민기념실이다. 권하윤 작가(39·사진)는 이곳에 ‘윤전기 멈춰요!’라는 네온사인 문구를 걸었다. 이는 1936년 동아일보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의 사진에서 유니폼의 일장기를 지운 ‘일장기 말소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서울 전시 설치를 마치고 프랑스에 있는 권 작가를 지난달 23일 화상통화로 만났다.

“만문만화에서 영감을 얻었기에 (그림은) 흑백으로 하되 손맛을 살리고 싶었어요. 기술적으로 가상공간에 직접 그릴 수 있어서 가상에서 조각하고 바느질하듯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영상 작업을 하며 처음엔 답답함도 많았죠. 내가 봐주길 바라는 부분을 놓치거나, 영상 자체를 보지 않고 지나칠 때도 많으니까요. 이번엔 보는 사람의 자유에 좀 더 맡기자고 생각했어요.”
“100년 전 신문에서 검열된 지면은 검게 칠해졌죠. 영상에서도 검은 바탕은 검열된 공간이에요. 이 속으로 들어가면 ‘일장기 말소 사건’이 나옵니다. 모던한 도시는 사실 극소수의 기록된 역사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장기 말소 사건은 처음으로 우리가 일본을 지운 상징적 사건이니 강조하게 됐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