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박희병 지음/404쪽·1만6000원·창비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고전문학 분야 석학인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을 옮겨 다니다 숨을 거둔 어머니의 와병생활을 휴직까지 한 채 1년여 돌본다. 저자는 어머니가 때때로 던진 말이 의미 없는 게 아니라 그저 해독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어머니가 남긴 선문답처럼 짧은 말과 그에 대한 저자의 특별하고 애틋한 해독을 담고 있다. 모자(母子)의 각별한 유대감이 평범하거나 엉뚱한 말의 속뜻을 발견하게 하고, 오랜 기억을 소환해서 그 맥락을 이해하게끔 한다. 아들의 글 속에는 어머니의 강인한 삶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절절하다.
기계적으로 약물만 투여하는 곳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다 의료진이 바뀌면서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경험을 반복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료진의 태도가 환자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세밀히 반영돼 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보름 전 “아들!”이라 외쳐 모두를 놀라게 한다. ‘사랑은 의식을 넘어 존재하는 것’임을 알려준 그의 마지막 말은 “어어어”. “엄마!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요!”라는 아들의 작별 인사에 대한 대답이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