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어제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내리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는 사실은 여러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면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 관계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 당일 닭갈비를 시켜먹은 영수증 등 새로운 증거자료를 내놓고 시연 참관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반박했다. 그 바람에 새 증인이 출석하고 특검 측과 공방이 오가는 바람에 항소심 재판은 1년 8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시연 참관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 시그널 메신저 채팅 대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률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따지는 법률심이다.
김 지사는 수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혐의를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늦었지만 국민에게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지사는 사건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핵심이자 문 후보의 최측근 인사였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동원해 포털사이트에 오른 기사 댓글들에 9971만 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한 행위에 김 지사가 관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문 대통령이든 당시 문 후보 캠프를 대표하는 누구든 상대 후보들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더구나 2012년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댓글 조작을 했다가 단죄를 받은 상황이었는데도, 댓글 조작에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가 관여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직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지만, 애초에 드루킹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고발했던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였을 때의 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공백이 생긴 데다 김 지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아 지방행정에 큰 차질을 불러온 점을 깊이 반성하는 것이 공당이자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