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즐긴 이건희 회장, 퍼팅도 과감 목표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아야 성과
김종석 스포츠부장
“공무원이야.” “달걀 아니야.” 골프에서 퍼팅이 짧아 홀에 미치지 못했다면 동반자에게 이런 짓궂은 놀림 한 번쯤 듣기 마련. 과단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소신 없이 눈치만 보는 상황이나 마치 공이 깨지기라도 할세라 과감하게 밀어주지 못하는 새가슴을 빗댄 것이다.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다. 퍼팅한 공이 홀을 지나쳐야만 홀 안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진리를 실천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골퍼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스리퍼팅의 원인도 첫 퍼팅이 짧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박인비에게 퍼팅 비결을 물었더니 “짧은 퍼팅이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언까지 해줬다. “어렴풋이 거리를 맞추되 홀 뒤 30cm 지점을 노리는 게 좋은 거리감이라 여기고 퍼트를 한다. 스트로크보다는 거리감에 집중하다 보면 홀을 지나가는 퍼트가 나온다.”
300m 티샷이나 1m 퍼팅이나 똑같이 한 타다. 14개 클럽 가운데 퍼터를 가장 자주 쓴다. 하지만 드라이버는 헤드가 부러질 정도로 연습하면서도 퍼팅은 가볍게 여겨 제대로 공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골퍼의 자존심이 비거리만은 아니다. 퍼팅 훈련은 지루하면서도 고된 것이 사실이다. 박인비는 하루 훈련 스케줄을 짤 때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를 각각 20%, 퍼팅은 40% 비율로 배정한다.
동료들도 부러워할 만한 퍼팅 실력을 지닌 박인비도 집에 10개가 넘는 퍼터를 갖고 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린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퍼터를 바꿔가며 쓴다.
골프의 퍼팅은 축구에서는 골 결정력과 같다. 양발을 자유롭게 쓰는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프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요즘까지도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사용해 트래핑과 슈팅을 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하고 있다.
목표를 눈앞에 두고 머뭇거려선 안 되는 게 골프뿐일까. 평소 노력과 경험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야 후회라도 덜 한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