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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조직적 여론조작 용인… 정치인이 절대 해선 안될 일”

입력 | 2020-11-07 03:00:00

[김경수 ‘댓글 여론조작’ 2심도 유죄]2심 재판부 “드루킹과 공동정범”




“조직적인 댓글 부대의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6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댓글 여론 조작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1·수감 중) 등이 진행한 댓글 조작에 관여한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하면서 “객관적 증거가 하나하나 드러났는데 모두가 예외 없이 2016년 11월 9일을 향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준비한 댓글 여론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에 참관한 날로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댓글 조작 범행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린 날이라고 강조해왔다.


○ “모든 증거가 ‘킹크랩 시연 참석’ 가리켜”


재판부는 이날 1시간가량 판결 선고를 하며 핵심 쟁점인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사실이 어떻게 증명됐는지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동안 김 지사 측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경 경제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하긴 했지만 경공모의 활동 브리핑을 들었을 뿐 킹크랩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일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6분간 시연에 사용된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모 씨(34·수감 중)의 휴대전화에서 로그 기록이 명백하게 남아 있다며 김 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 지사 측은 킹크랩에 사용됐다는 네이버 아이디의 로그 기록이 오후 8시 20∼23분 사이 우 씨의 산채 사무실 PC와 휴대전화에 중첩돼 나타났다며 시연이 아닌 단순 테스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 시각 PC의 로그 기록이 ‘23초’간 비어 있다. 그 23초가 끝난 시점에 휴대전화의 로그가 종료된다”며 “김 지사와 김 씨가 시연회를 마칠 무렵 우 씨를 불러 휴대전화를 가져가게 한 시간이 ‘23초’로 파악된다”며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디지털 자료뿐 아니라 경공모 관련자의 진술, 김 씨가 옥중노트에서 “2번째 방문 날 킹크랩 관련 김 지사에게 브리핑 함”이라고 적어 놓는 등 여러 증거가 김 지사의 시연 참관을 증명해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 50회에 걸쳐 김 씨가 김 지사에게 전달한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에서도 ‘킹크랩’이 2회에 걸쳐 등장하고, 2016년 12월 말에는 ‘킹크랩의 완성도가 98%’라는 내용이 있는 등 김 지사가 킹크랩의 기능 및 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정보보고에는 드루킹 김 씨 등이 조작한 댓글 기사 목록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은 김 지사의 묵인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걸 저버리고 조작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018년 지방선거-센다이 총영사 제의 연관 없어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와 함께 김 지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 씨 등이 2018년 6·13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조작을 지속해주는 대가로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의한 것이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와 김 씨 간에 인사 관련 논의가 이뤄진 2017년 6월∼2018년 2월 사이에는 김 지사가 지방선거 후보로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였다며 선거운동 기간에 제공하는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후보자가 특정돼 있지 않았다”며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기에는 ‘명확성의 원칙’에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허익범 특검은 재판이 끝난 후 “정당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대가로 공직을 약속했는데 후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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