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한미 진보 정권이 호흡을 맞추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 2월부터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한 2001년 1월까지 약 2년 11개월은 대북 정책에서 한미 양국의 의견 조율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진 시기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 완화로 호응했다. 2000년 6월에는 김 대통령의 방북과 첫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같은 해 10월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한 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며 우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2001년 1월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김대중 정부와는 대북정책에서 엇박자를 보이기 시작했다. 9·11사태 이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미 관계는 급속히 경색됐다. 2003년 2월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부시 대통령과 함께했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향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 보수파 네오콘이 주도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10주기에 봉하마을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재임 기간에는 양국에서 “이렇게 한미 관계가 가도 되느냐”는 말이 나오기 일쑤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4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온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북 이슈를 놓고 한미 정부 간 의견 조율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이 한국 정부의 인권 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 등에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