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이미 ‘최초’라는 타이틀에 익숙한 사람이다. 캘리포니아 최초 흑인 여성 법무장관을 지냈고, 이 때부터 민주당의 샛별로 떠올랐다. 그는 2017년 역대 두 번째 흑인 여성이자 첫 번째 아시아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미 정계의 메이저리거로 평가받기 시작한다. 상원의원이 된 뒤에도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대법원장 인준 청문회 등에서 검사 출신의 날카로운 질의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이제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여성’이고 ‘비백인’이라서 부통령이 됐다는 일각의 편견도 넘어서야 한다. 해리스는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 중도노선과 진보노선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노선을 강조했으나 자기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당내 특정 이념에 얽매어 있지 않다는 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비 워시 미국 여성센터 장 및 럿거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화내지 않는 기술’을 주목했다. 정치판에서 무의식적인 ‘젠더 편견’이 있어 ‘강함’과 ‘공격적인 성향’은 정치인 남성의 경우 자신감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되지만 여성 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워시 교수는 “여성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되기엔 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강함을 보여줘야 했다”며 해리스가 마이크 펜스와의 부통령 TV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을 칭찬했다.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발언 도중 펜스 전 부통령의 방해를 받을 때 “부통령님, 제가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예의바르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발언권을 지켜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결정한 것을 밝히며 해리스에게 “결정을 내릴 때 마지막 목소리를 담당해주기를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자신에게 요구한 역할과 같다.
민주당 인사들은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집권하면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법안의 통과를 이끄는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역시 오바마 행정부 초반 경제 진흥 정책의 의회 통과를 이끄는 업무에 집중한 바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