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발견된 유골 DNA 분석… 약 6000년간의 인류 변천사 밝혀 2200년 전 흉노제국 형성기 때 각기 다른 인류집단이 함께 생활 동아시아인의 복잡한 관계성 증명
몽골을 중심으로 고대 현생인류 유골 200여 구의 게놈을 해독한 연구 결과 고대 동아시아 인류가 6600년 전부터 다양한 인류집단과 매우 복잡하게 만나고 섞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초원지대에서 인류의 이동성을 높인 주요 수단 중 하나인 말을 묻은 무덤과 사슴 모양이 그려진 ‘사슴돌’의 모습.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제공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몽골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팀은 지금의 몽골과 그 주변부에서 발굴된 인골 214구에서 채취한 DNA를 해독했다. 연구팀은 발굴된 DNA가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정량적으로 비교해 지역과 시대별 인류 집단의 이동을 추정했다. 그 결과 약 6600년 전부터 6000여 년 동안 몽골 지역에서 활동하며 흉노와 몽골 제국을 세운 인구 집단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히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6일자에 발표했다.
정 교수와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팀은 2017년 몽골의 85개 지역과 러시아 3개 지역에서 발굴한 인골 214구에서 시료를 채취해 약 1년 반에 걸쳐 게놈(유전체)을 추출했다. 그 뒤 게놈 데이터를 서로 비교해 몽골 각 지역에 살던 인류 집단이 시기별로 어떤 유전적 특성을 지니는지 분석했다.
하지만 약 2900∼2300년 전인 철기 시대 끝무렵에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1000년간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던 집단이 이 시기에 갑자기 섞였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최초의 스텝(초원) 제국인 흉노 제국이 형성된 시기(약 2200년 전)와 일치했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흉노는 매우 다양한 유전적 특징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마치 오늘날의 미국처럼 유전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약 300년 뒤 흉노가 멸망한 뒤 돌궐이나 위구르, 선비 등이 이 지역에 들어왔고, 이란 등 남쪽 인류의 DNA가 들어오며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지금부터 약 800년 전인 13세기 초에 이 지역에 몽골 제국이 세워진 이후에는 동쪽 유라시아인 유전자가 많이 섞여들면서 현재의 몽골인 등 내륙 동아시아인과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인류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후기 청동기 이전과 흉노 이후 거란과 여진 등 중세 시대 후기의 유골 시료를 더 확보해 추가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살키트 지역에서 발굴된 약 3만4000년 전 고인류 화석이 다른 친척 고인류와 교류한 흔적도 밝혀졌다. 이선복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와 이정은 연구원팀은 막스플랑크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 등과 공동으로 몽골 살키트 지역에서 2006년 발굴된 고인류 두개골 화석 시료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친척 고인류 ‘데니소바인’ 및 서유럽에서 건너온 북시베리아인 현생인류의 유전자가 섞여 있음을 밝혀 ‘사이언스’에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