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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뷰]위기의 면세점,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입력 | 2020-11-09 03:00:00

코로나 여파 매출-종사자 급감
성공한 ‘시내면세점’서 보듯이 업계 참신한 제안 머리 맞댈 때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명예교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7일부터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내년 말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상황에 대비해 방역과 경제의 균형유지를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인다.

코로나19는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었고, 그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가 관광산업이다. 항공업과 여행업, 특히 면세업은 2019년까지 수년간 매출액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피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언제 정상화될지 모른다. 지난해 국내 면세매출액은 약 24조8500억 원을 상회했으나 올해 8월까지 매출액은 약 10조 원정도다. 그것도 정부의 재고 면세품의 내수판매 허용과 3자 국외반송 등 한시적 지원정책 덕분이다.

지난 10월 27일 정부가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러한 지원정책들이 종료 기한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또 연장됐다. 면세산업의 상황을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면세점 임대료 감면 및 납부유예를 발표한 지 두달 만에 나온 추가 지원대책이다. 셧다운된 국제공항에 수십억 원의 임대료 부담과 면세품의 재고 처리 등 면세기업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모처럼 면세점협회(회장 이갑)가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다. 관련 업계의 중론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 협회의 기본 소임인데 그동안 면세점협회는 몇 년간 회장 공석 등 다소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그간 면세업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국회도 면세시장의 상황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지원정책 등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협회의 숨은 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면세시장 살리기’에 정부와 국회가 총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특히 국감 이후 국회에서 면세 수수료의 감면과 관련 법안 발의에 공감대 형성은 협회가 면세점 업계를 대표해서 실행한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면세산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효자산업 중 하나이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빠른 성장과 함께 세계 1위의 시장매출액을 견인하고 있었던 만큼 업계 간 경쟁 또한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액 세계 1위의 자리를 중국에 내주어야 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막힌 하늘길은 언제 다시 풀릴지 기약할 수 없는데 정책의 의사결정이 빠른 중국은 면세한도의 대폭상향 조정, 인터넷 판매 확대 등 선제적 지원정책을 통해 이 난국을 극복하고 세계시장 1위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인 언택트 상황에서 면세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역직구, 인터넷 판매 확대 등 새로운 판매채널의 허용과 확대 등 정책변화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주무관청은 매우 신중한 것 같다. 이제 정부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판매채널의 다양화를 포함한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작년 말까지 약 3만5000명 수준이었던 면세 관련 고용인력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8월 현재 1만1000명 이상이 감소하였다. 면세산업에서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주무관청도 과거 관리감독 중심의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로 정책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면세점 협회도 관련업계를 대표해 현재와 같이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언택트 시대에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 등 주무부처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을 위한 소통과 협력애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면세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중시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그래서 한번 무너지면 재건하기가 쉽지 않다. 한화, 두산 등 대기업들도 면세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긍정적 요소만 보고 면세시장에 진입한 것 같다. 사실 면세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들도 미래을 위한 준비로 정부,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면세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현재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운영실적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초라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문을 닫기 일보 직전에 있다. 이들의 매출 점유 비율은 2018년 5.1% 수준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자금을 요구하는 규모의 경제에서 면세시장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 제도는 한국이 최초로 만든 것이다. 유수 면세기업인 L기업의 제안을 정부가 받아드려서 만들어졌고,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업계의 새로운 제안 등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면세시장을 예측하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면세기업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협회가 정상 운영궤도에서 면세기업들이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서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세계 1위의 면세시장을 꾸준히 유지했으면 한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