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11·3 대선 개표 결과 선거인단 과반 확보로 당선을 확정지은 뒤에 나온 대국민 연설에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장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정권 인수작업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메시지는 역시 치유와 회복이었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대선은 미국 사회를 두 동강 내며 분열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열성 지지층의 반발도 여전한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그 상처와 후유증부터 치료하고 미국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런 ‘치유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바이든 행정부의 성공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배제와 차별이라는 트럼프식 정치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선거전 내내 뾰족한 이슈 없이 통합과 단결을 내세운 밋밋한 선거를 치른 바이든 당선인이다. 어제 밝힌 코로나 억제와 인종적 정의 달성, 민주주의 수호는 공허한 수사가 아닌 당장의 절실한 과제다. 물론 그 회복의 바탕은 개척시대와 독립전쟁, 남북전쟁을 겪으면서도 거대 연방을 유지해온 미국 민주주의의 힘에 있다. 변화와 발전을 향한 미국 재건은 이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4년의 미국은 난폭하고 변덕이 심한 ‘질서 파괴자’와 다름없었다. 미국의 국익을 내세워, 심지어는 개인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국제기구와 규범을 무시하고 일방적 탈퇴와 보복 조치도 불사했다. 동맹국엔 주판알을 튕기며 겁박하면서도 오히려 독재자들과는 가까웠다.
그렇다고 바이든 시대가 4년 전 ‘익숙한 미국’으로의 복귀는 아닐 수 있다. 당장 미국의 분열을 치유해야 하는 바이든 당선인으로선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낳은 미국인 절반의 피해의식, 그것이 낳은 트럼프 열광 현상을 무시하기 어렵다. 아직 다수당이 가려지지 않은 미국 상원의 대외정책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두드러지진 않을망정 바이든 국제주의에도 트럼피즘(미국 우선주의)의 피가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규범과 가치를 앞세운 품위 있는 리더십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우방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안보와 경제, 환경 등 각 분야의 규범 결정자(rule-setter)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규범 위반이나 보편가치 부정에 대해선 다자주의의 힘을 업은 엄격한 집행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세계는 ‘말은 부드럽지만 큰 몽둥이를 가진’ 슈퍼파워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