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산업별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추진할 경제 정책에 한국 주요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산업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 등은 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리나라 태양광 셀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인 동시에 세계 2위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다. 반면 석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 추이에 따라 중·장기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론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이 꼽힌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5억 개의 태양광 패널 설치 △4년간 건물 400만 채, 주택 200만 채 에너지 고효율 개조 등을 공약했다. 특히 임기 4년 동안 2조 달러(약 2300조 원)를 투입해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공약에 국내 주요 친환경 발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 가정용·산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한화큐셀과 LG전자 등의 기업은 직간접적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화큐셀은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기차 보급의 가속화, 배터리 연구개발(R&D) 및 생산 가속화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LG화학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이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전 국민 건강보험 시스템 ‘오바마 케어’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약 가운데 복제약 처방을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장기 전망이 엇갈린다. 미중 갈등 양상은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동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매섭게 추격해 오던 중국 업체의 힘이 빠질 수 있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