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집에서 배운 규칙은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한다’, ‘거짓말은 해도 된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건 나약한 것이다’라고 한다. 메리는 “아버지의 격려를 등에 업은 도널드는 자신이 과장해서 말하는 것들을 진실로 믿기 시작했다”고 썼다. 사실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강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이런 ‘조기 가정교육’이 오늘날 트럼프의 불복 본능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조 바이든이 어제 대선 공식 승리를 선언하자 트럼프는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선거가 조작됐다는 소송을 법원에 곧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가 개표 중단 소송을 냈던 4개 주 가운데 미시간주와 조지아주 법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당했지만, 이젠 우편투표가 조작이고 부정투표라는 소송을 할 태세다. 개표의 추가 기울면 승복 선언으로 자연스럽게 당선자를 확정해 온 정권 이양 전통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트럼프를 지칭해 ‘역대 최악의 패배자!’라고 쓴 피켓을 흔들었다. 백악관 주변에는 과거 트럼프가 TV 리얼리티쇼에서 자주 사용한 유행어 “당신은 해고됐어(You‘re fired)”라고 쓰인 포스터가 내걸렸다. 대선 불복과 재검표 논란으로 정국 혼란이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선거 결과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4년간 돌출적 언행으로 대통령직의 품격을 떨어뜨려 온 트럼프가 하루빨리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다면 ‘가장 질 나쁜 패배자’라는 오명까지 덧씌워질 것이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