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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엎질러진 물이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11-09 03:00:00


880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선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중 38%가 트위터 측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부적절한 콘텐츠’라는 경고를 받았다. 사진 출처 보스턴글로브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중에서 트위터를 좋아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소송을 불사하며 자리에서 안 내려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일 트윗들을 추적했습니다. 트위터를 보면 막판 버티기에 들어간 그의 심리상태가 보입니다.

△How come every time they count Mail-In ballot dumps they are so devastating in their percentage and power of destruction?

트위터 세계에는 ‘meltdown(대폭발)’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분노의 트윗을 쏟아내는 것을 말하죠. 다혈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례가 워낙 비일비재하다 보니 ‘Twitter meltdown=트럼프’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입니다. 개표가 우편투표 쪽으로 옮겨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반 상승세가 확 꺾이자 분노 대폭발이 시작됩니다. ‘How come’은 ‘아니, 어떻게’ ‘왜’라는 뜻으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할 때 씁니다. “아니, 어떻게 무더기 우편투표를 개표할 때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퍼센티지(득표율)를 뒤흔들어 버리는 거냐?” 우편투표가 사기, 속임수라고 시비를 거는 거죠.

△“WHAT IS THIS ALL ABOUT?”

트럼프 대통령이 전매특허를 낸 트위터 용어는 또 있습니다. ‘All-caps tweeting(모두 대문자 트위팅)’이라 해서 문장 전체를 영어 대문자로 쓰는 겁니다. 대문자 트윗을 올리면 읽는 사람의 주목도가 확 높아지죠. ‘아, 분노가 최고치에 달했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기가 찬 듯 “이게 대체 뭔 일이야?”라는 전체 대문자 트윗을 올립니다. “대체 뭐하는 짓들이야!”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The damage has already been done to the integrity of our system.”

분노를 쏟아낸 후에는 평정이 찾아옵니다. 수습 국면에서 지지자들의 이성에 호소할 때가 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거 시스템의 순수성은 훼손됐다”며 평소 자신의 어휘 범위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낯선 단어 ‘integrity’ ‘system’ 등을 거론합니다. 이제 법에 의존해 상황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