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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봉사활동에 불어닥친 코로나[현장에서/박희제]

입력 | 2020-11-09 03:00:00


7일 인천 미추홀구 달동네에서 학부모 및 학생 봉사자 150명이 시민이 기증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박희제 본부장 min07@donga.com

박희제 인천취재본부장

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경인전철 도원역 3번 출구 앞 골목길. 150명의 봉사자들이 길가에 쌓아놓은 4300장의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면장갑과 마스크, 비닐 옷으로 무장하고 나무 지게에는 연탄 4장씩을 차곡차곡 담아 운반했다. 골목길은 성인 두 사람 정도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 행여나 미끄러져 연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연탄은 봉사자나 가난한 이웃에게는 ‘신줏단지’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일손이나 물량이 부족한 올해는 더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가 올겨울 달동네에도 거세게 몰아칠 기세다. 서민들의 겨울나기 필수품인 연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봉사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기증도 줄면서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연탄 봉사 활동은 추위가 오기 전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때가 되면 찾아오던 기업이나 봉사단체, 학생 등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예년에 비해 봉사 인력이 60%가량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전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량도 부족한데, 일손마저 모자라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이날 기증받은 연탄은 인천연탄은행을 통해 22가구에 배달됐다. 예년엔 가구당 400장 정도 됐지만 이날은 200장 안팎이었다. 하루 물량도 평균 2만 장 정도였지만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배달한 4300장이 다였다. 가정마다 최소 3, 4차례 배달돼야 추위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막막하다.

연탄을 받지 못한 한 주민은 “우리 집엔 언제 갖다 주냐”며 푸념했다. 인천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생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봉사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했다. 인천의 경우 연탄 배달 봉사자 중 40∼50%는 학생이다.

연탄 공급 차질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31개 지부의 상황은 비슷하다. 연탄을 땔감으로 쓰는 가정은 전국 10만 가구 정도. 연탄은행이 자원봉사자를 통해 이 중 절반가량을 책임진다.

봉사 시간도 크게 줄었다. 인원이 부족해 최소 배달 물량도 200장에서 50장으로 줄었다. 연탄 봉사 수혜자는 대부분 홀로 사는 고령층이어서 추위로 건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서울연탄은행은 연탄을 배달받지 못한 주민에게 ‘안심 약속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사랑의 연탄’ 150장을 다음에 꼭 주겠다는 약속 어음인 셈이다. 주민들은 그나마 이 쿠폰 한 장으로 서운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연탄 배달은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는 안심 봉사”라고 강조했다.

박희제 인천취재본부장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