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 미추홀구 달동네에서 학부모 및 학생 봉사자 150명이 시민이 기증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박희제 본부장 min07@donga.com
박희제 인천취재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가 올겨울 달동네에도 거세게 몰아칠 기세다. 서민들의 겨울나기 필수품인 연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봉사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기증도 줄면서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연탄 봉사 활동은 추위가 오기 전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때가 되면 찾아오던 기업이나 봉사단체, 학생 등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예년에 비해 봉사 인력이 60%가량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전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량도 부족한데, 일손마저 모자라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연탄을 받지 못한 한 주민은 “우리 집엔 언제 갖다 주냐”며 푸념했다. 인천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생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봉사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했다. 인천의 경우 연탄 배달 봉사자 중 40∼50%는 학생이다.
연탄 공급 차질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31개 지부의 상황은 비슷하다. 연탄을 땔감으로 쓰는 가정은 전국 10만 가구 정도. 연탄은행이 자원봉사자를 통해 이 중 절반가량을 책임진다.
봉사 시간도 크게 줄었다. 인원이 부족해 최소 배달 물량도 200장에서 50장으로 줄었다. 연탄 봉사 수혜자는 대부분 홀로 사는 고령층이어서 추위로 건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서울연탄은행은 연탄을 배달받지 못한 주민에게 ‘안심 약속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사랑의 연탄’ 150장을 다음에 꼭 주겠다는 약속 어음인 셈이다. 주민들은 그나마 이 쿠폰 한 장으로 서운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연탄 배달은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는 안심 봉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