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정 문학편집자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14년째 나는 문학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작가의 원고를 받아 문장을 다듬고 제목과 표지를 입혀 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내 삶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된 지 오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에도 내가 만든 새 책이 출간되었다. 무수한 가능성을 품은 채 내 손에 들린 이 책이, 모쪼록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바란다.
한탸의 자리를 거대하고 편리한 기계가 대신하는 것은 근대의 종말, 인간 소외 같은 말로 쉽게 표현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가 결국 압축기로 걸어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끝냄과 동시에 완성하는 결말은 숭고하다는 말로도 부족해 보인다. 그저 소설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결말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라고 말할 수밖에. 이 소설은 국내 소설가 50명이 ‘올해의 소설’(2016년) 1위로 뽑은 작품이며, 작가인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 불린다. 자신의 작품을 금서로 정한 고국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끝내 지키고자 했던 세계에 투신한 한탸처럼 말이다.
강윤정 문학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