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전 앵커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한다”며 “더이상 제가 머물 공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5월 3일 피눈물을 삼키며 진행했던 아침뉴스가 생각난다. 불과 몇 시간 전, 어린 자식을 영안실에 넣어놓고 돌아선 직후였다”고 개인사를 공개하며 “그만큼 혼신의 노력을 바쳤던 KBS였다. 하지만 이제 KBS에 대한 저의 의탁을 접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며 국민을 편가르고 이간질하는 일”이라며 “KBS는 이런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1991년 KBS에 입사한 황 앵커는 사회부·정치부·통일부 기자를 거쳐뉴욕 특파원을 지냈고, 2002∼2007년 ‘KBS 뉴스광장’을 진행했다.
2015년 1월부터 ‘KBS 뉴스 9’ 앵커를 맡았다가 2018년 4월 양승동 사장이 취임하면서 교체됐다. 현재는 라디오뉴스팀에서 편집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뉴스9’ 앵커 시절 진보 성향의 후배 기자들과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2016년에는 ‘KBS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에 참여해 “KBS기자협회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는 비판을 곱씹어 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