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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높아지는 가계대출 문턱… 전세-주택담보대출도 옥죄기

입력 | 2020-11-10 03:00:00

은행들, 신용대출 이어 속도조절
하나銀 “대출한도 임박” 일부 중단, 우리銀도 연말까지 전세대출 제한
NH농협은 고정금리 적격대출 중단
주택관련 자금마련 더욱 힘들어져




시중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내부 대출 한도를 맞추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신규 대출이나 주택보증 금융 상품을 잠정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 상향을 제한하는 식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말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의 선택지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16일부터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로 영향을 받는 대출 상품은 △가가호호담보대출 △변동금리모기지론 △원클릭모기지론 △혼합금리모기지론 △아파트론 △월상환액 고정형 모기지론 등이다.

MCI나 MCG 대출을 이용하면 돈을 빌리려는 집주인이 소액임대차 보증금만큼을 추가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이 대출이 중단되면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 정해둔 한도 소진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 연말까지 판매 재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MCI와 MCG 보증서 발급을 중단했다. 앞서 이 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아파트전세대출 우리전세론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바뀌거나 다른 은행에서 받은 전세대출을 갈아타는 경우 전세 자금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고정금리형 적격대출도 속속 중단됐다. NH농협은행은 2일부터 고정금리형 적격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이미 신청된 대출건에 대해서만 30일까지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이달 말부터 금리 고정형 적격대출을 중단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당장 대출 제한이나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대출 한도 소진이 임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의 대출 일시 중단으로 쏠림 현상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 원으로 불어났다.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66조2884억 원으로 1월 말보다 약 37조 원이 불어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규제가 심하다 보니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며 “일시적으로라도 중단될 금융상품이나 대출 고삐를 죄는 은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연말까지 주택 매매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