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 보고서’ 중 발췌 © 뉴스1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문재인 케어’와 같은 재정 지출정책이 더해지면서 건강보험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새로 내놓은 사회보험 재정지출 예상 규모는 오히려 과거보다 축소됐다. 재정 계획을 더 효율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다. 단지 예상 규모를 계산하는 공식이 수정된 탓이다. 현 정부에 반복적으로 재기되는 ‘분식 통계’ 논란이 재정 분야에서도 재현돼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제4차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는 보건복지부 소속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난 8월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2020~2060년의 장기적인 사회보장 재정 지출 예상 규모를 담고 있으며, 지난 2018년 3차 보고서에 이어 2년 간격으로 작성되고 있다.
사회보장 재정의 GDP 대비 지출 비율 예측치는 지난 2018년 발표한 3차 보고서에서는 연도별로 2020년 12.1% → 2040년 20.8% → 2060년 28.6%이었다. 이번 4차 보고서에서는 2020년 12.5% → 2040년 20.1% → 2060년 27.6%으로 수정됐다. 지출이 거의 완료된 2020년을 제외하면 예측치는 모두 하향 조정됐다.
사회보장 재정은 일반재정과 사회보험으로 구성됐는데, 예측치가 가장 많이 축소된 것은 특히 사회보험, 그중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이었다. 보고서는 “3차 추계결과와 비교시 (사회보험 재정에서) 일부기간 증감이 있으며, 특히 2060년 결과값에서 1.0%p(포인트) 감소했다”며 “건강보험이 -1.2%p(감소), 공무원연금 -0.6%p, 국민연금 +0.7%p(증가)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과 비교하면 갈수록 예상 재정 소요가 늘고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변경된 예측치가 현실과 반대로 움직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우선 고령화 속도가 2018년 당시보다 더 가파르다. 통계청이 2017년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령화지수는 2015~2045년 사이 30년동안 259.6명 순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불과 2년 뒤인 2019년 새로 내놓은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는 2017~2047년 30년동안 312.1명 순증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문재인 케어’도 건보 재정 고갈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2인 병실 등의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3년 8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정책 시행 이후 상급병원 쏠림현상과 ‘의료쇼핑’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MRI 촬영이 급증하면서 건보 재정 지출이 예정보다 50% 이상 늘어나면서 복지부가 서둘러 일부 환자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3차 추계 이후 건보 재정의 먹구름은 더 짙어졌지만 건보의 보고서는 이와 반대로 더 낙관적으로 수정됐다. 이는 건보가 4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재정 지출을 예측하는 공식 자체를 수정한 탓이다.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았는데 수학공식을 수정해 장래 예측을 더 낙관적으로 고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라면 3차 보고서까지는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방식 장기재정전망 모형을 사용했다. 그러나 4차 보고서에서는 이 방식이 우리나라 현실과 안 맞다며 별도의 모형을 만들어 적용하기 시작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3차때는 OECD에서 사용하는 장기재정전망을 활용했다”며 “OECD에서 쓰는건 오히려 국가간 비교하기 위해쓰는거라 우리나라 현실에 잘 안맞는 면이 있다. 총의료비지출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이기에 부정확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새로운 추계 결과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현실과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은 이상, 추계 모델을 수정한 데에 ‘의도’가 개입됐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기구의 검증을 거쳐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지표를 폐기한 점에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