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의 지도자인 만큼 여타 국가들보다 우리에게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가 우리 안보와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특히 우리 생존의 숙명적 문제인 ‘북한 비핵화 실현’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바이든 당선자의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선거 유세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트럼프의 ‘탑다운(Top down)·일괄타결’ 방식과 상반된 ‘바텀업(Bottom up)·점진적 타결’의 접근이 될 것이며, 이 같은 해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북핵 접근 방식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6.30 청와대사진기자단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셋째, ‘북-미 양자 해결’에서 동맹을 중시한 다자로의 확대다. 바이든은 “북한 핵확산이 악당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동맹들 및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며 “일본, 한국과의 핵심적인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국(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들과 독일을 참여시켜 만들어 낸 ‘이란 핵합의’를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해법을 ‘북미 양자 해결’에서 ‘다자간 합의’로의 전환을 시사할 것임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처럼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 접근을 한다면 다자들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전혀 상반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한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해야만, 북한 비핵화의 어려움을 직시한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 무력’을 ‘주체의 눈’으로 보자.
북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가능성을 분석한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전략·전술 미사일은 우리에게 ‘치명적 위협’이 된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남한의 ‘호의나 중재’와도 상관없이 사전에 정해둔 목표를 향해 그들의 시간표대로 핵 무력의 질·양적 증강을 가속화했음을 보여준다.
북한 핵을 ‘주체의 눈으로 보자’는 필자의 주장은 위에서 언급한 우리 내부의 ‘안이한 시각’도, 이른바 ‘내재적 접근’도 아닌, 치명적이고 현실적 위협이 된 북한 핵 위협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보자는 ‘역설적 표현’이다. 손자의 진리적 가르침인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에서 최소한인 ‘지피(知彼)’가 주는 교훈의 적용이다. 그래야 싸워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패하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보유 목적과 사용 의도(핵전략)를 우리의 주관적 입장이 아닌, 저들 지도집단의 의지, 혁명전략과 대외적으로 밝힌 공식 메시지에 대한 표면과 이면적 의도를 입체적으로 봐야, 보다 실제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그만큼 합리적 정책과 대안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① 북한 ‘핵 무력’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집단의지의 관성적 작용’의 산물이다.
북한의 ▽핵무기보유 목적 ▽핵전략 ▽비핵화 협상 최종목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수령들의 의지’를 넘어 공동운명체인 ‘북한 최고지도부의 집단의지의 관성(慣性)적 작용’에 의해 탄생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최고지도부의 집단의지’는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 ‘노동당과 수령의 당면한 혁명과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당면한 혁명과업은 선·후차적 두 가지 과업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선차적 과업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것이며, 후차적 과업은 남한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완수’를 통해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남한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 선·후차적 혁명과업은 북한이라는 국가와 이를 유일적으로 지배하는 수령과 그 참모부인 노동당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 최고지도부는 이 두 가지 혁명과업 수행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을 주한 미군을 비롯한 미국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세계최강 핵무기로 무장한 미군을 남한에서 몰아내기 위해 핵무기보유를 정책으로 선택하고, 이를 수령 세습과정-김일성:국방/경제 병진정책→김정일:선군정치→김정은:핵/경제 병진정책-에서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가 ‘주체 무기’인 지금의 ‘핵 무력’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핵 담판을 주장해 왔고, 두 번의 담판장에 ‘적장’인 트럼프 대통령을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 증거는 북한이 1차 핵실험(2006.10.9)을 하기 6일 전인 2006년 10월 3일 북한 외무성 담화 제4항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이다.”
북한 최고지도부는 선·후차적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근본 장애물인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북한만의 비핵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1차 핵실험 전부터 명확히 밝히고 있었다. 지도부의 집단의지의 핵심은 한미 동맹 약화 및 해체, 유사시 한국에 제공될 ‘미군의 핵우산 제거’를 겨냥한 것이다. 그래서 일관되게 한반도에서 ‘북한에만 있는 핵무기에 대한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③ 북한 핵전략은 그들의 혁명전략에 따라 ‘이중성’을 띤다.
북한의 핵전략은 선·후차적 혁명과업 수행을 위한 혁명전략과 비핵화 협상전략에 따라 이중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한 사회주의 체제 유지와 남한으로의 체제확장에 있어서 공통 장애 요소가 되는 미국의 간섭을 무력화(주한미군 철수, 전시증원 차단)하기 위한 ‘보복 억제전략’이다. 이를 위해 ICBM과 SLBM을 지속 개발해 왔으며, 이번 노동당 창건일에 보여줬다. 둘째, 미국의 간섭이 무력화되었을 경우, 남북한 대결에서 북한의 군사행동에 남한의 재래식 전력 대응과 그 대응 의지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핵 선제공격’과 ‘선제공격 위협을 통한 억제’ 전략이다. 이를 위해 작년에만 13회에 걸친 각종 전술 유도무기(대구경신형 조종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개발 및 성능개량을 시도했고, 이 또한 ‘열병식’에서 선보였다.
● ‘뜨거운 가슴보다 냉철한 머리로’ 현실적 ‘북핵 극복정책’을 마련하자
북한 비핵화 협상의 핵심 키맨(key man) 중 일방이 충동적이며 과시성 인물에서 절차와 실리를 중시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하지만 다른 일방인 김정은은 전술적 변화는 몰라도 한반도에서 ‘핵우산’을 비롯한 미국 영향력의 근원적 제거라는 전략목표를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쌍방의 협상 방법 변경은 물론 진행 속도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협상에서 키맨 역할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협상 결과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우리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접근 방법과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고객의 일방이 바뀌었고 거래와 협상 환경이 바뀐 상황이므로 ‘중재자 역할’ 변경은 당연한 것이다.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한국DMZ학회 이사 (예비역 중령·북한학 박사)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한국DMZ학회 이사 (예비역 중령·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