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후 근육량 매년 1%씩 줄어 고기-달걀 등 양질의 단백질 섭취 계단 오르기 등 하체 근력운동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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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줄어들면 사망률이 5배 증가한다.” 최근 ‘이것’이 화두다. 이것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노년기 건강과 삶의 질이 결정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것이 연금보다 강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것이 부족한 사람은 당뇨나 심장질환, 치매와 같은 질환의 발병 위험이 크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 또한 높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근육이다. 최근 근육이 노년기 건강의 중요 척도로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졌던 근육 감소 역시 ‘근감소증’이라는 질환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감소증이 치매와 같이 노년기 대표질환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건망하고 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든 지금, 근육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근육 감소할수록 노인성 질환 위험 높아져
근육은 40세를 기점으로 해마다 1%씩 줄어든다. 80대에 이르면 30대 때의 근육의 절반 정도만 남는다. 이러한 근육 감소가 일정 기준치를 넘어서 병적으로 진행되면 근감소증으로 본다. 즉 근육 감소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성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11.6%다. 80대가 되면 38.6%로, 60대보다 3배 이상 높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진상욱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심혈관질환이 있는 남성의 30.3%, 여성의 29.3%가 근감소증이 있었다.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76%나 높았다.
특히 노년기 근감소증은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팀이 2014∼2017년 강원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3명(남자 602명, 여자 741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남성은 약 5.2배, 여성의 경우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관계없이 근감소증이 있으면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발생 확률이 2.15배 높았다. 국내외 연구 사례를 보면 근감소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대부분 2∼1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근육량, 치매 발병과 암 치료에도 영향
근감소증은 병을 이겨내는 힘도 떨어뜨린다. 같은 당뇨나 암·뇌졸중·심장병에 걸렸더라도 근력이 약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근, 내장근 등이 약해지면 호흡과 소화 기능마저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메디신(Medicine)’에 발표된 중앙대병원 최진화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감소증이 동반된 직장암 수술 노인 환자는 생존율이 낮았다. 65세 이상 직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과 무병 생존율, 재발률 및 예후 인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근감소증이 없는 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92.5%인 반면 근감소증이 있는 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38%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영양과 운동으로 근육 탄탄하게
근육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영양과 운동에 있다. 영양으로 근육의 재료를 채우고,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근육의 재료는 바로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활력을 위한 에너지를 생성하고 근육·뼈 등의 인체를 구성하며 면역력을 키워주는 항체, 호르몬, 효소를 만든다. 생명을 유지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 류신, 발린, 이소류신은 근육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를 BCAA라고 한다. BCAA는 손상된 근육의 빠른 회복을 돕고, 근육의 피로도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이 중에서도 류신은 단백질의 분해를 억제하고 합성을 촉진시켜 근육량의 증가를 돕는다.
노년층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요구된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근육으로 합성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무게 1kg당 1∼1.2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단백질의 섭취량을 채울 필요성이 있다.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아 고기·달걀·콩류 등의 섭취가 쉽지 않다면, 단백질 음료나 단백질 제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