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15일 최종 서명한다고 청와대가 어제 밝혔다. RCEP는 한중일 3개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관세장벽을 허물어 역내 통상을 활성화하는 걸 목표로 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포괄하는 RCEP는 무역의존도 60%가 넘는 한국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경제블록이다. 하지만 시점이 대단히 공교롭게 됐다. RCEP는 초기에 아세안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 내년 1월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할 통상정책과 RCEP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한다는 건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캠프의 공약이다.
각각 중국과 미국이 주도할 RCEP와 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건 양자택일의 사안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개최되는 RCEP 서명식은 바이든 당선인이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미국이 빠진 후 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 체제로 유지됐다. 한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가 TPP를 중국 중심의 RCEP에 맞설 경제블록으로 키우기 위해 한국에 가입을 압박한다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무역 규정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쓸 것”이라는 바이든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견제를 피하는 정교한 통상외교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