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조 바이든 당선인 측 외교라인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교롭게도 미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 외교장관이 미국을 찾아가 교체돼 나갈 정권과 회담을 한 모양새가 됐다.
강 장관의 방미는 지난달 한국 방문을 무산시켰던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에 따른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시기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사전 준비도 허술한 서툰 외교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외교안보팀이었다면 대선 수개월 전부터 민주당, 공화당 양측 외교라인과 접촉해 어느 쪽이 대선에 승리하든 긴밀히 채널을 가동할 수 있었어야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에 대한 대대적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한미 외교안보 라인의 공식·비공식 채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강 장관과 외교부 1·2차관 등은 지난달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캠프 외교라인 핵심 인사들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한미 간 소통 채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외교 역량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의 교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국제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우리도 남북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밀실 코드 인사로 구성했던 외교라인을 전면 교체하고 바이든 행정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정통 북-미·북핵 외교라인을 복원해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이 없으면 새로운 한미관계 설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