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제한, 대주주 합산→개별적용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부와 당내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태스크포스(TF)는 전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도입하되,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가 아닌 개별로 최대 3%씩 인정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회의에선 또 감사위원 선출과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주식 보유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TF 절충안과 정부 원안 등을 놓고 당정청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여당 내에서도 “기업 옥죄기” 우려
주요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대관담당 임원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도 개별 투자자임을 고려해 ‘개별 3%’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완화안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재계 의견을 들어보니 대기업은 지배구조 개편, 중소기업은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경제 3법이 결코 기업을 옥죄거나 발목을 잡는 법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회의에선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3%룰까지 더하면 과잉규제”라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안과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르면 16, 17일에 해당 상임위에 상정할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내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상임위 상정 일정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 재계 “근본적인 대책 아니다”
재계는 여당이 기업의 우려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독려했던 그간의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이 높을수록 3%룰 적용 시 잃는 의결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개별 3%’를 적용해도 해외 투기세력의 공격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합산 3%를 적용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국내 기관투자가, 연기금 등을 합한 국내 지분의 의결권이 총 8.55%였다. 개별 3%를 적용하면 17.7%까지 늘어나지만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총의결권(27.61%)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의결권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개별 3%’를 적용해도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상장사는 120개 사나 돼 현행 대비 4.6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협은 “3%룰은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모든 주주에 적용된다. 하지만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경우 페이퍼컴퍼니를 자회사로 세워 3%씩 지분 쪼개기로 본인들의 의사를 관철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