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에서 보건의료 전문가와 과학자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자문단을 발표했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미 정계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가 취임하면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윌밍턴=AP 뉴시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파란만장했던 임기 동안 많은 규범을 어긴 트럼프는 상대가 선거에서 승리한 게 확실해지면 승복하는 전통을 거부하고 있다. 그 대신 그는 선거 결과가 큰 사기라고 주장하며 전국 각지에서 결과에 도전하는 소송을 내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2021년 1월 20일까지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제기한 대부분의 소송이 증거가 부족하지만 언제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트럼프에 대한 강한 제도적 압박이 있겠지만 선거인단 투표가 있는 12월 초까지 이 난국은 계속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은 아주 느리고 골치 아프게 시작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바이든과 그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희망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승리의 격차가 훨씬 적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50%를 크게 밑돌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선거 패배는 지난 4년간의 거부를 의미한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은 깊이 분열된 국가로 남아있게 됐다. 공화당이 예상을 깨고 상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은 계속해서 하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각각 상대 당을 앞서는 격차는 예상외로 줄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와 결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분열된 정부는 외교정책에서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예측 불가능하고 자주 제멋대로 행동하는 대통령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나는 전 세계의 우리 친구와 동맹들이 친구는 물론이고 적에 대해서도 예우를 갖추는 지도자 밑에서 미국이 전통적인 (외교) 방식으로 복귀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은 경험이 많은 국제주의자로서 연방 상원의원과 부통령직을 경험했다. 대통령 취임 뒤 그의 첫 행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것일 수 있다. 또 우리는 미국인이 국제기구에서 리더로 부각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새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외교정책 상대가 될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이 국제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컨센서스가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중국에 대해 제재와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동맹국과의 협력에 다시 중점을 둘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선거 기간 중 국내 일자리 만들기의 중요성을 엄청 강조했다. 또 대부분의 민주당 출신들은 보호주의적 성향이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바이든은 임기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한반도에 대한 매우 큰 친숙함을 가지고 대통령직을 맡게 될 것이다. 그는 앞서 한 기고를 통해 한국인들에 대한 따듯한 존경을 표하며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인들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나는 바이든이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한국을 중심에 둘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본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보여주기식의 정상회담을 북한과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신중한 준비와 한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바탕으로 북한에 다가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전은 많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서로의 이익을 기반으로 더욱 견고하게 이뤄질 것이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