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사건 70주년… 피해자 유족, 美참전용사 유족과 ‘특별한 만남’

10일 노근리사건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마련한 노근리 사건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6·25전쟁 참전 미군 유가족과의 ‘특별한 만남’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동=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6·25전쟁과 노근리 사건의 교훈을 계승하기 위해 함께 돕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일 오전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 내 대회의실. 단상에 선 벽안(碧眼)의 70대 여성이 담담하게 준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녀는 6·25전쟁 당시 참전했다가 낙동강 전투 중 실종된 미군 제임스 엘리엇 중위(당시 29세)의 딸인 조자 레이번 씨(73)이다. 레이번 씨는 “노근리를 찾아 사건 희생자분들과 비통함에 잠겨 있는 유족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레이번 씨는 ‘노근리 사건’ 발생 7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위해 남편과 방한했다. 부부는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손자인 네드 포니 씨(57·서울 거주)와 함께 노근리를 찾았다. 이들은 양해찬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회장(80)과 회원들을 만나 서로의 아픔을 달래고 노근리 사건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양국에서 펼치기로 약속했다. 양 회장은 “어려운 길을 온 분들을 만나 기쁘다”며 “두 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후손들이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동=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