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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인 회사 압수수색 영장 통째 기각… 영장 재청구돼도 발부될지 미지수

입력 | 2020-11-11 03:00:00

서울중앙지검, 영장 재청구 계획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News1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관련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통째로 기각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영장을 곧 재청구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는 전날 법원에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요 증거들이 임의 제출을 받아도 되는 내용이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 법익(法益) 침해가 중대하다”면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지 약 3주 만에 서울중앙지검이 강제수사 착수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전부 기각하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성급하게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이 지검장은 4일 코바나컨텐츠 협찬 관련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며 현직 검찰총장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 법원 “침해되는 법익이 영장 발부 필요성보다 커”… 영장 재청구돼도 발부될지 미지수 ▼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관련 의혹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전담 부서에 배당된 지 불과 4, 5일 만에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이 통째로 기각된 것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또는 다급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친여권 성향으로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이 지검장과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외치며 여권과 대립해 온 윤 총장의 갈등관계가 그대로 노출된 장면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는 윤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협찬금 관련 고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각각 3, 4일 배당받았다. 그 뒤 수사팀은 확보 가능한 관련 자료를 있는 대로 수집해 코바나컨텐츠 및 협찬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9일 영장을 통째로 기각했다. 법원은 “주요 증거를 임의제출 받아도 되고, 침해되는 법익(法益)이 수색 영장을 발부할 필요성보다 크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압수수색 영장은 인신 구속영장보다는 ‘발부’ 기준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어서 “강제 수사 착수를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법원에 소명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기각 사유만 놓고 보면 영장이 재청구되더라도 발부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검찰 안팎에 던진 무게감은 크다. 압수수색 영장은 관련자 주거지를 포함해 청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지검장과 수사팀이 추후 수색영장을 재청구할 공산이 큰 만큼 수사 경과에 따라선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인 이 지검장이 현직 검찰총장의 자택 문을 열어젖히는 장면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기각된 영장에도 윤 총장의 자택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검장은 어떻게든 윤 총장을 찍어내라는 여권의 기대에 부응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할 수 없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게 된다.

코바나 의혹 사건은 윤 총장의 부인 김 씨가 지난해 6월 윤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시기에 대기업 등 16곳에서 부당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 당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윤 총장을 엄호하던 여권은 최근엔 총공세 모드로 자세를 바꿨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정당하게 일하는데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누가 공직을 하겠냐. 이건 부당하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수사 초기이지만 이 사건의 법리 구성이나 혐의 소명을 두곤 말들이 많다. 이 지검장은 대형 부패 사건을 파헤치는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할 의향을 밝혔고, 한때 정 부장검사가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문제로 관련자가 고성을 질렀다는 말이 나왔다.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당시 무리하게 법리 구성을 꾸린 것으로 평가받는 검사가 이 사건에 다시 투입됐다. “여권의 공세와 이 지검장의 의지가 이 사건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는 냉소도 검찰 내부에서 적지 않다.


위은지 wizi@donga.com·신동진·장관석·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