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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기업이 스타트업에서 배우려고 해”

입력 | 2020-11-12 03:00:00

임정욱-이람 TBT 공동대표
뷰티매장에 라이브방송 접목 등 스타트업 기술 대기업에 추천
비대면 시대 위기극복 돌파구




벤처캐피털 TBT의 이람 창업자(왼쪽)와 임정욱 공동대표.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많은 대기업들이 디지털, 비대면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TBT 본사에서 3일 가진 인터뷰에서 “카카오뱅크, 토스 등 성공적인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닌 배워야 할 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TBT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이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조직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6년 넘게 이끌었던 임 대표와 네이버에서 블로그, 카페, 밴드, 스노우 등 인기 서비스들을 끌어낸 스타 기획자이자 TBT 창업자 이람 공동대표가 함께 이끌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는 이 대표도 함께했다.

공동대표의 인지도 덕에 2018년 6월 설립된 신생 VC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려는 대기업이 많다. 2018년 네이버, 아모레피시픽과 함께 1100억 원 펀드를 조성했고 8월에는 SK브로드밴드,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그룹 등과 330억 원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두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모더레이터(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대기업 눈높이에 맞춰 전달해주는 것. 이 대표는 “발 치수 측정 데이터로 신발을 추천해주는 스타트업은 대기업 사업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하는 기업이라면 데이터 기반의 취향 추천 기술이란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사례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과 TBT가 투자한 라이브 커머스 스타트업 ‘그립’ 간의 시너지다. TBT 사무실을 찾은 아모레퍼시픽 임원진에게 팬데믹(대유행)으로 오프라인 매장 고객이 줄어드는 아리따움에 라이브 방송 활용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아리따움 가맹주들이 그립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온라인에서 하루 매출 100만 원을 내는 곳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TBT는 재계 거물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스타트업 육성을 돕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비공식 고문을,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공식 고문을 맡고 있다. 임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나아갈 때 고민이 많은데 대기업 최고 임원분들께서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