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출 50년만에 세계 5위로
美-中서 인기, 해외매출 10억달러
매운맛 포기 않고 고가전략 고수
美 국방부 등 정부 시설에도 입점, 라면 본고장 日서도 호평 이어져

올해 2월 영국 런던에서 영화 ‘기생충’ 개봉을 맞아 농심이 진행한 ‘짜파구리 프로모션’에 참여한 현지 관객들. 농심 제공
중국과 일본이 휩쓸던 세계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농심이 두각을 드러낸 데는 꾸준한 유통채널 확대와 ‘한국식 매운맛’을 고수하며 가격이 비싸도 고품질을 내세우는 제품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1년 재미 한인사회를 타깃으로 첫 라면 수출을 시작한 농심은 인근 아시안계 마트, 히스패닉 시장으로 유통채널을 넓혀 나갔다. 2013년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으면서 4년 만에 월마트의 4700여 개 전 매장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했다.
농심 관계자는 “한인시장의 성공부터 월마트 전 점포 입점까지 미국시장에 단계적으로 들어가면서 경쟁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끓는 물을 부어서 면을 익혀 먹는 ‘바오몐(抱面)’ 위주의 현지 라면 문화에 맞추지 않고, 끓여 먹는 ‘주몐(煮面)’ 방식을 고수했다. 이런 차별화가 오히려 신라면을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2018년 런민일보)’으로 자리 잡게 했다.
가격도 비싸다. 농심은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 음식으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했다. 현지 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3, 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인 반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으로 비싸다. 하지만 그만큼 맛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설에까지 라면으로는 최초로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라면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총 누적 조회수 4억 건이 넘는 일본의 라면 전문 유명 먹방 유튜버 ‘수수루’는 최근 방송에서 “고품질의 수프, 생면 식감이 훌륭하다”며 농심 신라면을 극찬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